유한빛

바람과 바다와 후지산의 도시,　시즈오카 방일연수를 다녀와서

이번 시즈오카 방일연수는 나에게 있어 예상치 못한 기회였다. 아직 일학년이고 반신반의하면서 신청했던 터라 반쯤은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낸 서류가 붙고, 면접을 보고, 합격자 통지에서 내서 이름을 볼 때까지도 ‘되면 좋겠다’라는 마음만 있었지 ‘될 것이다’라는 확신은 없었기에 시즈오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때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나 스스로가 생각했을 때 개인적으로도 준비가 부족한 점이 많았고 뒤늦게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보고 교수님께도 여쭤봤지만, 도서관에는 시즈오카에 대한 책이 거의 없다시피 했고 교수님께서도 자세히는 모르시겠다며 직접 갔다 와보라고 조언해주셨다. 그렇게 불안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이 시즈오카 연수를 시작했던 것 같다.

이번 연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시즈오카국제교류협회의 미야모토상이나 국장님, ‘엔야’의 사람들, 홈스테이의 호미상과 파파상, 니나짱, 유이나짱, 하나짱, 파파상의 가족들, 서바이벌 나이프 교실의 사람들, 시미즈이다 초등학교 1학년 3반의 친구들과 담임 선생님, 스루가 종합고교의 와다이코부 학생들, 그 외의 일정 가운데서 만난 여러 사람들과 일정 내내 함께한 팀원들, 팀장님, 대리님, 학교 선배님이시자 통역으로 함께해주신 석영 선배님까지 그 동안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게 부담스러워 웅크리고 있느라 좁아졌던 세계가 확 넓어진 기분이 들었다. 모두와 만나고 함께 행동하면서 에코투어리즘을 배우고 후지노미야 시, 유노 마을, 시즈오카시 등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때까지 얻지 못했던 귀중한 경험들과 추억을 얻을 수 있었다.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 우리나라에서 우리가 항상 지내오던 일상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그들이 보는 풍경을 보고 그들과 함께 대화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 굉장히 큰 경험이자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노력과 마음가짐, 열정을 볼 때마다 존경스러운 마음과 나 역시도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공동체의 구성원 중 한 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제가 얕게 알고 있던 ‘에코투어리즘’이라는 것에 대해서 자세히 배울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이전까지는 에코 투어리즘이라는 것이 단순히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것에 대해 공감은 하고 있을지언정 제가 하고 싶은 것과는 엮어서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에코투어리즘’이라는 것이 단순히 자연을 지키는 것뿐만이 아닌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경관 하나하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사람들이 사는 그 공간의 시간들과 전통을 지키기 위해 함께 힘을 합쳐나가는 것임을 깨달았다. 우리나라는 이전에 있었던 숭례문 방화사건처럼 지켜져야 할 문화재가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던 일도 있었고, 옛 거리가 복원되기보다는 재개발을 통해 오히려 그 원래 모습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연수의 주제와 후지노미야 시의 상점가들, 유노 마을의 풍경과 그곳에서 만난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을 통하여 나 역시도 이러한 우리나라의 풍조에 경각심을 가지고, 나중에 스스로도 예전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우리나라의 공간들 곳곳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 적극성을 이 연수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고생각한다. 이번 연수에서 나는 특히나 발표할 기회를 많이 가졌었다. 워낙 긴장을 많이 하고 앞에 나서는 것을 어느 순간부터 꺼리게 되어서인지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도 발표할 기회가 있었지만 피하거나 하더라도 빨리 그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며 겨우겨우 발표를 해나가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시미즈이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발표하고 게임을 진행하고, 교류회 때 설명이나 진행을 도우면서 팀워크의 중요성과 갑작스러운 상황이 닥쳤을 때의 빠른 대처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스루가 종합 고등학교에서의 인사말을 통해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인사를 맡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해나가야 되는지도 미리 연습할 수 있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렇게 발표하는 경험은 아직 1학년인 나에게 있어서 드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인사말을 준비하고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그 자체로도 굉장히 큰 도움이자 경험이 되었다.

그리고 시즈오카 대학교 학생들과의 토론과 대화를 통해서 내 의견을 내는 것과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돕고 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에 즐거움을 느꼈다. 서투른 일본어였는데도 그렇게 일본의 대학생들과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것이 신기했고, 한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저의 의견을 자유로이 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도 몰랐던 장점이나 제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낸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의견을 나누고 그 것을 통해 어떤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 자체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이런 활동을 더 많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안에 숨어있던 적극성을 들어내는 것으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겠다고 느꼈다.

이외에도 이번 연수를 통해서 얻은 것은 셀 수가 없을 정도이다. 시즈오카의 잊을 수 없는 명화 같은 풍경들, 사람들의 모습과 웃는 얼굴들, 자신들의 마을을 설명하면서 보여준 자부심 넘치는 표정들, 그 곳에서 함께 행동하고 생활하며 얻은 추억들은 다른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시즈오카에서 돌아온 지 벌써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 곳에서 지낸 시간이 길다고도 짧다고도 할 수 없는 열흘이라는 시간이라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시즈오카는 이제 나에게 너무 친숙하고 편안한 도시가 되었다. 언젠가 다시 그 바람과 바다와 후지산의 도시에 돌아갈 수 있기를 소망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